여러 동영상 파일을 같은 형식으로 한꺼번에 바꿀 일이 생깁니다.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모두 휴대폰에서 볼 수 있게 변환하거나, 보관용 영상을 같은 형식으로 통일하려는 경우입니다. 한두 개라면 그때그때 처리해도 되지만 수십 개를 하나씩 변환하다 보면 시간이 한없이 흐릅니다. 이럴 때 쓰는 것이 일괄 변환, 곧 한 번에 여러 파일을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일괄 변환이 필요한 순간
일괄 변환을 떠올리게 되는 상황은 비슷합니다. 여행에서 돌아와 수십 개의 영상을 같은 형식으로 정리해야 할 때, 오래된 영상 폴더 전체를 요즘 환경에서 재생되도록 바꾸고 싶을 때, 작업용 영상을 일정한 규격에 맞춰 납품해야 할 때입니다. 같은 설정을 매번 입력하며 한 파일씩 처리하는 것은 시간만 잡아먹는 일입니다.
일괄 변환의 장점은 시간 절약만이 아닙니다. 사람이 한 파일씩 처리하면 어딘가에서 설정을 다르게 하기 마련인데, 한 번에 같은 조건으로 처리하면 결과가 균일하게 나옵니다. 보관용으로 영상을 정리할 때 형식이 들쭉날쭉하지 않다는 것은 나중에 다시 다룰 때 큰 차이를 만듭니다.
도구를 고를 때 보는 것
일괄 변환을 지원하는 도구는 많지만 모두가 비슷한 수준은 아닙니다. 파일을 여러 개 받아들이는 것만으로 일괄 변환이라 부르는 도구도 있고, 폴더 전체를 지정해 그 안의 모든 영상을 자동으로 처리하는 도구도 있습니다. 처리 도중 한 파일에서 오류가 나도 나머지를 계속 진행하는지, 멈추는지에 따라 실제 쓰임이 크게 갈립니다.
오류가 났을 때 멈추는 도구는 수십 개를 걸어 두고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왔을 때 한 파일에서 막혀 진척이 거의 없는 경우가 생깁니다. 반대로 오류가 난 파일은 표시만 해 두고 나머지를 계속 처리하는 도구는 자리를 비울 수 있어 훨씬 편합니다. 일괄 변환 도구를 고를 때는 처리 능력보다 이런 안정성을 먼저 봐야 합니다.
저장 위치를 정한다
일괄 변환에서 가장 흔한 사고는 원본이 덮어쓰여 사라지는 일입니다. 변환된 파일이 원본과 같은 폴더에 같은 이름으로 저장되도록 설정하면 원본이 사라집니다. 변환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원본을 다시 가져올 길이 없으니, 일괄 변환 전에 저장 위치를 별도로 지정하는 것이 첫 번째 습관입니다.
안전한 방법은 원본 폴더와 결과 폴더를 처음부터 분리하는 것입니다. 변환된 파일이 새로운 폴더에 쌓이고 원본은 그대로 남아 있는 구조로 두면, 결과를 확인한 뒤에 원본을 정리할 수 있어 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 도구에 따라 같은 이름이 있을 때 자동으로 번호를 붙이는 옵션이 있는데, 이 옵션을 켜두면 실수로 인한 덮어쓰기를 막을 수 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일괄 변환에 드는 시간은 단순한 합산이 아닙니다. 한 파일을 변환하는 데 5분이 걸린다고 해서 열 파일이 50분에 끝나는 것은 아니며, 도구가 여러 파일을 동시에 처리하는지 한 파일씩 차례로 처리하는지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컴퓨터의 성능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지고, 코덱을 무엇으로 바꾸느냐에 따라 변환 시간이 몇 배로 늘어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처음 일괄 변환을 시도할 때는 모든 파일을 한 번에 걸지 말고 두세 개를 먼저 시험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 결과를 보고 시간을 가늠한 뒤 본격적으로 진행하면 갑작스러운 일정 차질을 막을 수 있습니다. 변환은 한 번 시작하면 중간에 멈추기 어려운 작업이라 미리 시간을 가늠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설정을 통일하는 것의 의미
일괄 변환의 진짜 장점은 모든 파일에 같은 설정을 적용한다는 데 있습니다. 코덱과 컨테이너는 물론이고 해상도, 비트레이트, 프레임 수까지 같은 기준으로 맞출 수 있어 결과 파일들이 일정한 품질을 유지합니다. 같은 폴더 안에 형식이 들쭉날쭉한 파일이 섞여 있을 때의 불편함을 겪어 본 사람이라면 이 통일의 가치를 알게 됩니다.
다만 모든 영상에 같은 설정이 맞는 것은 아닙니다. 짧은 영상과 긴 영상, 움직임이 많은 영상과 정적인 영상은 적정한 설정이 다릅니다. 같은 폴더 안에 성격이 다른 영상이 섞여 있다면 무리하게 같은 설정으로 묶기보다 비슷한 것끼리 나눠 처리하는 편이 결과가 낫습니다. 통일은 효율을 위한 것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중간에 확인하기
일괄 변환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대신 중간에 한 번 결과를 확인하는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처음 몇 파일이 끝났을 때 그 파일을 열어 영상과 소리가 제대로 들어갔는지, 화질이 견딜 만한지를 보는 것입니다. 이 단계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나머지 파일에 같은 문제가 반복되기 전에 멈출 수 있습니다.
설정이 잘못된 채로 수십 개의 파일이 변환되어 버리면 결국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시간만 두 배로 드는 것이 아니라 원본을 덮어쓰는 설정이었다면 되돌릴 수도 없는 일이 됩니다. 일괄 변환은 자동화의 일종이지만, 자동화의 위험이 함께 따라옵니다. 중간 확인은 그 위험을 줄이는 가장 단순한 방법입니다.
이름을 어떻게 지을까
변환된 파일의 이름을 어떻게 정할지는 의외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원본과 같은 이름에 확장자만 바꿔 두면 어느 것이 원본이고 어느 것이 변환본인지 알 수 없게 됩니다. 변환본임을 알아볼 수 있게 이름 뒤에 짧은 표시를 붙이거나, 별도 폴더에 모아두는 식의 정리가 필요합니다.
날짜나 변환한 형식을 이름에 포함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시간이 지나 같은 영상을 다시 변환할 일이 생겼을 때 이전 변환본을 알아보기 쉬워집니다. 한 번에 많은 파일을 처리할수록 이름 규칙의 가치가 커지므로, 일괄 변환을 시작하기 전에 이름을 어떻게 정할지 미리 정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설정을 저장해 둔다
같은 일을 반복하게 된다면 처음 정한 설정을 도구에 저장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많은 변환 도구는 자주 쓰는 설정을 프리셋이라는 형태로 저장할 수 있어 다음에 같은 작업을 할 때 바로 불러쓸 수 있습니다. 매번 같은 설정을 다시 입력하는 수고를 덜고, 설정을 헷갈려 실수할 가능성도 줄어듭니다.
저장한 설정에는 알아볼 수 있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좋습니다. 휴대폰용, 백업용, 납품용처럼 용도가 드러나는 이름으로 두면 한참 뒤에도 어느 설정을 쓸지 헷갈리지 않습니다. 자주 쓰는 설정 두세 개를 저장해 두는 것만으로 일괄 변환의 효율이 크게 올라갑니다. 처음에 드는 시간이 이후의 매번을 줄여 줍니다.
도구를 받는 곳
일괄 변환을 지원하는 도구는 종류가 많은데 어디서 받는지가 중요합니다. 변환 도구는 컴퓨터의 시스템 자원을 많이 쓰고 시스템 깊숙한 곳에 접근하는 경우가 있어,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도구를 받으면 위험합니다. 같은 이름의 도구처럼 보여도 변조된 버전인 경우가 있고, 설치 과정에서 다른 프로그램이 함께 들어오기도 합니다.
공식 사이트에서 직접 받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검색 결과의 광고 링크나 잘 모르는 다운로드 사이트는 피하는 것이 좋고, 받은 뒤에는 파일이 그 도구의 정식 배포 파일인지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도 도움이 됩니다. 도구를 받는 단계에서 드는 잠깐의 시간이 이후의 큰 곤란을 막아 줍니다. 좋은 변환은 좋은 도구에서 시작됩니다.